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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구병모 『파과』를 읽고

by 책먹 2025.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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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조금은 낯설고도 매혹적인 작품, **구병모 작가의 『파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미 『위저드 베이커리』로 널리 알려진 작가이기에, 이번 작품도 큰 기대를 안고 펼쳐보게 되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소설은 생각보다 더 강렬하고, 더 깊게 제 마음을 파고들었습니다.

1.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 노년의 여성 킬러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주인공은 ‘노인 여성 킬러’입니다. 노인이자 여성이고, 킬러라니요. 익숙하지 않은 설정이지만, 구병모 작가는 그 생경함을 무기로 삼아, 우리가 너무 쉽게 규정지어버리는 ‘노인’, ‘여성’, ‘살인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주인공은 비정한 세계 속에서도 끝끝내 사람다운 감정을 지닌 채 살아갑니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을 것 같은 한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때론 잔인할 정도로 정직하게 그려냅니다. **파과(破果)**라는 제목처럼, 이 인물 역시 ‘흠집 난 과일’처럼 버려질 운명이었지만, 작가는 그 안에서 놀라운 생명력과 서사를 끄집어냅니다.

2. 무엇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가

『파과』는 킬러의 삶을 그리고 있지만, 단순한 범죄 소설도, 액션 소설도 아닙니다. 오히려 철학적이고, 내면적인 질문을 던지는 문학 작품에 가깝습니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점점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가는 여성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존재의 의미, 타인과의 연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질문하게 됩니다. 아무리 잔혹한 일을 해온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 안에는 외로움과 상처, 그리고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소설은 끈질기게 말하고 있습니다.

3. 구병모 특유의 문장과 시선

구병모 작가의 문장은 여전히 아름답고, 날카롭습니다. 사물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깊고 섬세해서, 장면 하나하나가 마치 흑백사진처럼 오래 남습니다. 감정을 직접적으로 쏟아내기보다는, 절제된 묘사와 간결한 대사 속에서 더 큰 울림이 전해졌습니다.

소설 전체가 어두운 분위기지만, 그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작은 온기들이 있습니다. 때론 식은 커피 한 잔, 때론 낯선 이와 나눈 한 마디 말이, 인간다움을 지켜주는 마지막 끈이 되기도 하니까요.

4. 책장을 덮으며 남는 여운

책을 다 읽고 나면,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게 됩니다. 단순히 ‘좋았다’고 말하기엔 무겁고, ‘슬펐다’고 하기엔 너무 인간적입니다. 무너진 존재, 깨어진 삶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가려는 사람의 이야기. 구병모 작가는 이번에도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말을 겁니다.

『파과』는 흔한 위로도, 뻔한 교훈도 없습니다. 하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삶의 균열을 직면하게 하고, 그 틈에서 피어나는 감정과 생각들을 껴안게 만듭니다.


📚 여러분은 언제 ‘흠집 난 과일’처럼 느껴지셨나요? 『파과』를 통해 그런 순간들을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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